■■■ 책 소개
“진실을 그렇게 폭탄처럼 던지지 말아줘.”과거의 비극, 가족과의 갈등, 재능에 대한 갈망과 절망——미술대학 학생들이 그려내는 싱그럽고도 애절한 청춘의 나날!<마쓰모토 세이초상 수상작가 누카가 미오 최신간> 하야부사 미술대학에 입학한 도모치카는 거기서 만난 능력남 와카나 선배와 친해지는데
, 그 과정에서 자기 내면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 한편 와카나 역시 마음의 상처와 비밀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는데……
. 도모치카 앞에 나타난 소녀 교코는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아픔과 재생 과정을 그려낸 청춘소설
!
가족의 형태에 정답은 없으므로 어느 쪽이 옳다고 하는 결론은 굳이 내리지 않고 여백으로 남겼습니다
. 다양한 반응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 -누카가 미오
■■■ 책 속으로
그것은 흔한 연애소설의 우울한 결말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다. 매력적이고 왠지 신비로운, 무슨 비밀이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서. 주인공은 그녀 옆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꼈고, 그의 세상은 서서히 그녀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비극에 의해 갈라진다. 주인공은 홀로 세상에 남겨진다.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그는 살아간다. 그녀의 미소와 말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눈물이 났다” “감동했다” 같은 감상들에 파묻혀 사라져버린 그 주인공의 후일담.
-<프롤로그
> 중에서
“와카나.”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머리맡에 교코가 앉아 있었다. 내 기억 속에 있는 교코보다도 눈앞에 있는 이 소녀는 머리가 좀 길고 분위기가 묘하게 어른스러웠다.
아아, 눈을 뜨고 말았구나. 그냥 쭉 잠들어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계속 아무것도 모르고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째서일까. 눈물이 나기는커녕 슬프다는 감정조차 생기지 않는 이유가 뭘까. 아직도 믿는 걸까. 아니면 이 세상을 현실로서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
이것은 아주 끔찍한 악몽이 아닐까.
“저기, 교코.”
답을 알아내기 위해 교코를 쳐다봤다. 목소리 내는 방법을 잊어버린 목구멍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마치 피를 토하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요시키는…….”
그만해.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배신하고, 소리 내어 말했다.
“요시키는, 어떻게 됐어?”
-<1. 유기 와카나의 원근법
> 중에서
‘가족 따윈 이제 필요 없다
’고 생각하는 게
, 그렇게 큰 죄야
? 그런 말을 했던 와카나 씨의 얼굴을 이제 와서 때리고 싶어졌다
. 그냥 때릴걸 그랬다
. “제발 그만해
” 하고 그가 애원할 때까지
, 울면서 사과할 때까지 죽어라 때릴걸 그랬다
.뭐
? 죄가 어쩌고 어째
? 잘난 척하지 마
.“와카나 씨
, 당신은 비겁한 인간이야
. 언제나 늘 그런 식으로
, 중요한 것은 하나도 말하지 않고 괜히 여유로운 척하잖아
? 그런 주제에 죽기까지 한다니
, 지금 장난해
?!”처음으로 와카나 씨가 이쪽을 돌아봤다
. 도모치카를 쳐다봤다
.“당신이 가족을 싫어하든
, 요시키 씨를 잃어버렸든
, 그게 뭐 어쨌는데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 고작 콘크리트 덩어리일 뿐인데도 발바닥에서 쨍한 냉기가 기어 올라왔다
. 무릎이 아팠다
. 가슴을 후벼 파는 통증이 느껴졌다
.한 발
, 또 한 발
, 그래도 발을 번갈아 움직였다
.“설령 그게 사실이어도
, 신도나 내가 하는 말은 심드렁하게 받아넘기고 선을 딱 그어놓고선 제멋대로 죽어버리려고 하다니
. 그걸 이렇게 막으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이기심이라면
, 당신이 하는 짓도 완벽한 이기심이잖아
. 난 절대로 당신을 동정하지 않아
.”-<8. 안녕
, 크림소다
> 중에서
■■■ 출판사 서평
가족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그렇게 큰 죄인 것일까?점점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안녕
, 크림소다』는 어느 미술대학 신입생의 일 년 동안의 생활을 그린 장편소설로 미대를 무대로 여러 가지 이유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 이 작품의 주인공인 도모치카는 하나부사 미술대학 유화과 신입생으로 돈을 보내주겠다는 고향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하고 학교와 가까운 기숙사 건물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곳에서 재능이 뛰어나고 미남에 요리까지 잘하는 일견 완벽해 보이는 선배 와카나와 가까워진다
. 이 작품은 도모치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간중간 와카나의 비극적인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두 사람
, 도모치카와 와카나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 바로 부모님이 재혼을 했다는 점이었다
. 도모치카는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갑자기 아버지와 누나가 생겼고 와카나는 반대로 어머니와 여동생이 생긴 처지
. 두 사람의 다른 점은 도모치카는 새로운 가족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의붓누나의 방해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반면 와카나는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는 거부감 때문에 결국 가족 관계를 포기하고 만 상태라는 것
. 현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가족 역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젊기에 위태롭고, 감성적이기에 연약하며, 성실하기에 괴로울 수밖에 없는…끝이 없는 예술의 길에 고통받는 청춘 군상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명확하게 제시되는 문제가 없고
, 해답이 없고
, 정답이 없는 까닭에 매우 어려운 학문이라 할 수 있다
. 성실하게 수업을 듣기만 해도 안 되고 누군가를 흉내 내거나 다른 사람과 똑같은 해답을 내도 안 되며 기술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기술만 갈고닦아도 되지 않는다
. 결국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그 해법을 실험한 뒤 스스로 정답을 표현해야 하므로 예술이라는 학문은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 이 작품 『안녕
, 크림소다』는 독자에게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과 동시에 예술이라는 학문의 어려움을 하나부사 미술대학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면면을 통해 알려준다
.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어머니의 칭찬에 아무 생각 없이 미대에 진학한 도모치카는 물론이고 매번 과제 때마다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와카나
, 갑자기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아카시까지 미술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그 끝이 없는 예술의 길에 고통받고 갈등하고 고민한다
. 그 지난한 예술가의 삶을 엿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