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진실을 그렇게 폭탄처럼 던지지 말아줘.”
과거의 비극가족과의 갈등재능에 대한 갈망과 절망——
미술대학 학생들이 그려내는 싱그럽고도 애절한 청춘의 나날!
<마쓰모토 세이초상 수상작가 누카가 미오 최신간>
 
하야부사 미술대학에 입학한 도모치카는 거기서 만난 능력남 와카나 선배와 친해지는데그 과정에서 자기 내면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한편 와카나 역시 마음의 상처와 비밀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는데……도모치카 앞에 나타난 소녀 교코는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아픔과 재생 과정을 그려낸 청춘소설!

 

가족의 형태에 정답은 없으므로 어느 쪽이 옳다고 하는 결론은 굳이 내리지 않고 여백으로 남겼습니다다양한 반응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누카가 미오

 

 

 책 속으로

그것은 흔한 연애소설의 우울한 결말이었다남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다매력적이고 왠지 신비로운무슨 비밀이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서주인공은 그녀 옆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꼈고그의 세상은 서서히 그녀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비극에 의해 갈라진다주인공은 홀로 세상에 남겨진다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그는 살아간다그녀의 미소와 말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눈물이 났다” “감동했다” 같은 감상들에 파묻혀 사라져버린 그 주인공의 후일담.

-<프롤로그중에서

 

와카나.”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머리맡에 교코가 앉아 있었다내 기억 속에 있는 교코보다도 눈앞에 있는 이 소녀는 머리가 좀 길고 분위기가 묘하게 어른스러웠다.

아아눈을 뜨고 말았구나그냥 쭉 잠들어 있으면 좋았을 텐데그러면 계속 아무것도 모르고 살 수 있었을 텐데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째서일까눈물이 나기는커녕 슬프다는 감정조차 생기지 않는 이유가 뭘까아직도 믿는 걸까아니면 이 세상을 현실로서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

이것은 아주 끔찍한 악몽이 아닐까.

저기교코.”

답을 알아내기 위해 교코를 쳐다봤다목소리 내는 방법을 잊어버린 목구멍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마치 피를 토하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요시키는…….”

그만해.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배신하고소리 내어 말했다.

요시키는어떻게 됐어?”

-<1. 유기 와카나의 원근법중에서
 
가족 따윈 이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그렇게 큰 죄야그런 말을 했던 와카나 씨의 얼굴을 이제 와서 때리고 싶어졌다그냥 때릴걸 그랬다. “제발 그만해” 하고 그가 애원할 때까지울면서 사과할 때까지 죽어라 때릴걸 그랬다.
죄가 어쩌고 어째잘난 척하지 마.
와카나 씨당신은 비겁한 인간이야언제나 늘 그런 식으로중요한 것은 하나도 말하지 않고 괜히 여유로운 척하잖아그런 주제에 죽기까지 한다니지금 장난해?!”
처음으로 와카나 씨가 이쪽을 돌아봤다도모치카를 쳐다봤다.
당신이 가족을 싫어하든요시키 씨를 잃어버렸든그게 뭐 어쨌는데?!”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고작 콘크리트 덩어리일 뿐인데도 발바닥에서 쨍한 냉기가 기어 올라왔다무릎이 아팠다가슴을 후벼 파는 통증이 느껴졌다.
한 발또 한 발그래도 발을 번갈아 움직였다.
설령 그게 사실이어도신도나 내가 하는 말은 심드렁하게 받아넘기고 선을 딱 그어놓고선 제멋대로 죽어버리려고 하다니그걸 이렇게 막으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이기심이라면당신이 하는 짓도 완벽한 이기심이잖아난 절대로 당신을 동정하지 않아.”
-<8. 안녕크림소다중에서

 

  출판사 서평

 
가족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그렇게 큰 죄인 것일까?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안녕크림소다』는 어느 미술대학 신입생의 일 년 동안의 생활을 그린 장편소설로 미대를 무대로 여러 가지 이유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이 작품의 주인공인 도모치카는 하나부사 미술대학 유화과 신입생으로 돈을 보내주겠다는 고향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하고 학교와 가까운 기숙사 건물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그곳에서 재능이 뛰어나고 미남에 요리까지 잘하는 일견 완벽해 보이는 선배 와카나와 가까워진다이 작품은 도모치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간중간 와카나의 비극적인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두 사람도모치카와 와카나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바로 부모님이 재혼을 했다는 점이었다도모치카는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갑자기 아버지와 누나가 생겼고 와카나는 반대로 어머니와 여동생이 생긴 처지두 사람의 다른 점은 도모치카는 새로운 가족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의붓누나의 방해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반면 와카나는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는 거부감 때문에 결국 가족 관계를 포기하고 만 상태라는 것현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가족 역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젊기에 위태롭고감성적이기에 연약하며성실하기에 괴로울 수밖에 없는
끝이 없는 예술의 길에 고통받는 청춘 군상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명확하게 제시되는 문제가 없고해답이 없고정답이 없는 까닭에 매우 어려운 학문이라 할 수 있다성실하게 수업을 듣기만 해도 안 되고 누군가를 흉내 내거나 다른 사람과 똑같은 해답을 내도 안 되며 기술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기술만 갈고닦아도 되지 않는다결국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그 해법을 실험한 뒤 스스로 정답을 표현해야 하므로 예술이라는 학문은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 『안녕크림소다』는 독자에게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과 동시에 예술이라는 학문의 어려움을 하나부사 미술대학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면면을 통해 알려준다그림을 잘 그린다는 어머니의 칭찬에 아무 생각 없이 미대에 진학한 도모치카는 물론이고 매번 과제 때마다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와카나갑자기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아카시까지 미술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그 끝이 없는 예술의 길에 고통받고 갈등하고 고민한다그 지난한 예술가의 삶을 엿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