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외로웠던 그 작가, 나가타 카비의
독하디독한 자아밀착형 교환일기 2권
새로운 만화를 그리는 것에 한계를 느낀 나가타 카비.
‘이대로 아무것도 창작하지 못하게 되는 거 아닐까?’
불안과 절망감에 연일 술을 찾고, 몸과 마음은 더욱 망가져가는데…
혼자만의 생활, 가족과의 생활, 그리고 병동생활.
그의 진짜 행복과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독립 실패, 알코올 중독, 병동 입원…
외로움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은 나가타 카비의 더욱 솔직한 두번째 일기!
In 혼자 사는 집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더는 힘도 낼 수 없었습니다.
주저앉아 우는 것만으로 하루가 다 갔습니다.” _019p
차라리 혼자인 편이 외롭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작한 혼자만의 독립생활. 그러나 나와보니 알겠다. 곁에 없을 때 절실한 것이야 말로 진짜 필요한 것이었음을! 게다가 에세이가 아닌 창작 만화를 그리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인생을 팔아먹지 않고선 이젠 아무것도 그릴 수 없는 걸까?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절망한 그는 술을 찾기 시작하고 몸과 마음은 더욱 망가져만 간다.
In 돌아온 본가
“혼자 사는 외로움과 내 존재가 같이 사는 가족에게 짐이라는 사실.
두 개를 저울에 달아보았습니다. 어떤 게 가장 좋은 답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_053p
결국 가족이 있는 본가로 돌아온 카비. 가족은 그저 방해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집에서 의외의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밉다고만 생각했던 가족의 마음을 이해해간다. 그러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병약하고 위태로운 자신의 존재가 가족들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 하지만 가족의 따뜻함을 알게 된 그는 외로웠던 독립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방황한다. 여전히 술병을 놓지 못한 채로.
In 정신병동
“퇴원해도 분명 괴롭겠지만 여기에 있는 것도 괴롭습니다.
더는 견딜 수 없어요. 한계입니다.” _122p
결국 연이은 과음으로 건강에 이상이 와 입원을 결심한다. 가족, 친구도 없고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는 것인지 불안감이 들 때쯤 다가온 것은, 따뜻한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나아지고 싶다는 의지였다. 술을 끊고 이제는 정말로 내가 있을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품기 시작하는데… 혼자만의 생활, 가족과의 생활, 그리고 병동생활. 여러 곳을 전전하며 외로움과의 사투를 벌인 카비. 이 고군분투 끝에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사적이면 사적일수록 다가오는 공감의 일기.
“저는 몇 년 전쯤에 스스로를 고독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고독이 주는 고통을 일단 알게 되고 나면 그것을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것 같아요.
괴롭더라도 외로움이 뭔지 아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_36~37p
작가의 전작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다녀온 리포트』 『나 혼자 교환일기』는 ‘적나라하다’는 평을 들을 만큼 개인의 내밀한 속내와 사건을 담고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나 나와 같은 마음을 읽었다.’ 일부의 독자평이 말해주듯, 사적이면 사적일수록 그 안에는 오히려 보편의 가치가 숨어 있다. 작가는 아무리 힘든 날에도 일기를 통해 느낀 바를 자세히 기록한다. 그리고 그것을 만화로 그릴 때쯤 다시 한 번 곱씹으며 모순된, 정리할 수 없었던 감정에 이유를 찾고 자신을 설명한다. 그렇게 그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외면하고 있었던 것을 깨달으며 서툴지만 회복을 향해 나아간다.
일기는 삶에 서사를 부여한다. 여전히 외롭고 불안하고 어려운 인생이지만 언젠가 펼쳐본 과거의 일기장에서 조금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나가타 카비의 적나라한 일기는 삶을 곱씹고 그것을 소화함으로써 한뼘씩 자라는 성장의 서사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