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누계 400만 부 돌파! NHK 드라마로 방영된 화제작
작가가 직접 겪은 산부인과의 명과 암을 그리다


고등학교 간호실습생 밧카에게 주어진 업무는 바로 죽은 태아를 마지막으로 처리하는 일. 밧카는 산부인과 실습생으로 일하며, 아이와 여성을 둘러싼 각양각색의 아픔과 사연들과 마주한다.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난 산모와 남겨진 가족들, 난임 치료 끝에 겨우 얻은 아이를 지우려는 여성, 열네 살 딸아이의 임신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엄마까지. 『투명한 요람』 2권에는 주인공 밧카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간호사로서 성장해가는 7편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투명한 요람』은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 산부인과에서 직접 아르바이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만화다. 저자는 출산, 임신을 그린 작품의 대다수가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낳고 나니 모두 행복해졌다’는 결말을 맞이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고, 산부인과의 진실을 그리고자 연재를 시작했다. 출산이라는 경사(慶事) 이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인공임신중절(낙태), 데이트폭력, 성폭력들, 영아 유기까지. 1990년대 일본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지금의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보아도 위화감이 없다. 저자는 이들의 슬픔과 절망이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을 암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오키타 밧카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공감과 찬사를 받으며 제42회 고단샤 만화상 소녀 부문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NHK 드라마로 제작 및 방영되기도 했다.

“출산은 고독한 체험입니다.”
각자의 짐을 짊어진 채 맞이하는 출산의 순간
그곳에서 목도한 생명의 반짝임과 강인함


배우자의 사랑과 주변의 축복이 함께하는 임신이라도, 결국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여성 혼자다. 으레 임신한 순간부터 태어날 아이를 사랑하고 책임져야 하는, 모성을 지닌 존재로서 그려져 왔던 ‘엄마’. 저자 오키타 밧카는 홀로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고독, 누구도 원하지 않는 아이를 낳아야만 하는 여성들의 절망을 찬찬히 살피면서도 무겁지 않은 터치로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한다.

“간호사는 고개를 숙여선 안 된다. 우리에겐 지켜야 할 생명이 아직 많이 있으니까…”

세상을 떠나는 생명과 괴로워하는 산모, 매일같이 그들과 마주해야만 하는 간호사들에게 슬픔에 젖어 있을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직업적 소명을 다해 환자들을 대한다. 유산 직후 슬픔에 잠긴 여성을 병원 앞까지 배웅하는 것. 성폭력을 당한 초등학생이 나중에라도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도록 최대한 꼼꼼히 피해 기록을 남기는 것. 남자친구가 도망가 홀로 남은 산모에게 대처 방안을 알려주는 것. 이 작품은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투명한’ 존재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