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위한 지상낙원에 감도는 선혈의 향기손을 맞잡은 두 소녀는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을까?

17세기 오스만제국, 황제의 여자들만이 기거할 수 있는 궁전 하렘. 붉은 머리칼에 푸른 눈동자를 빛내는 두 소녀 ‘나스챠’와 ‘아샤’는 하루아침에 하렘의 노예로 전락한다. 위태로운 포로의 삶에서 안락한 시녀의 삶에 정착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나스챠는 상관 ‘베흐자드’의 손아귀에서 아샤를 빼내려다 되레 다시 노예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다. 그때, 나스챠를 구한 건 뜻밖에도 아샤였다.
한편, 황제를 위한 연회 준비가 한창인 하렘. 파디샤(황제)의 눈에 들 단 한 명의 무희가 되고자 여인들은 모두 혈안이 되어 연습에 매진한다. 하지만 그 열기가 무색하게 내정자가 있었다는 게 밝혀지고, 실망한 여인들은 이내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아샤만은 홀로 다른 계획을 품고 있는 듯한데…
”전 여기 온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알겠어요.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협력자로는 힘이 있는 사람이 좋겠죠. 하지만 이미 힘을 가진 사람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지요… 대신… ‘아직’ 힘이 없는 사람이라면…“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라고 확신해. 우린 서로 도울 수 있을 거야.“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샤. 나스챠는 도리어 이 비정함이 자신을 살릴 것임을 직감한다. 생존을 갈망할수록 절망이 얽혀드는 늪지대와도 같은 하렘에서, 두 소녀는 서로의 손을 맞잡기로 결심한다.

하렘의 정점에 서게 할 동아줄일까, 벼랑으로 내모는 칼끝일까?
황제의 사랑을 손에 쥔 두 소녀의 운명의 향방은―


2권에서는 프롤로그에서 예고되었던 파국의 도화선이 될 인물들이 속속 등장한다. 파디샤 ‘아흐메드’는 나스챠를 아샤로 착각한 채 비(妃)로 맞이하려 한다. 더불어 제국의 실질적인 권세를 쥐고 있는 황제의 모후 ‘한단’ 술탄과 파디샤가 간택한 유일한 여인 ‘마흐피루즈’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붉은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 그리고 ‘아나스타샤’라는 이름을 나눠 가진 두 소녀. 이들의 운명은 과연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하렘에 온 지 얼마 안 된 여자들은 파디샤의 눈에 띄는 것을 갈망하지만… 사실은 칼파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현명하지. 파디샤의 눈에 들어 왕자라도 낳게 되면, 그땐 돌이킬 수 없어. 죽느냐 죽이느냐의 싸움이 시작되니까.“

두 소녀가 권력의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향할수록, 하렘에 감도는 선혈의 향기는 더욱 짙어져만 간다. 황제의 간택이 주는 여유도 잠시,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위협이 어둠 속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황궁에 군림하는 황제 역시 하렘의 혈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오스만제국의 규율상,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단 한 명뿐. 알력 다툼에서 패한 왕자들은 즉시 처형당하고, 그 어미 역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살아가게 된다. 누구 하나 자유로운 이 없는 황금빛 새장과도 같은 하렘. 그 섬뜩하고도 어두운 단면은 독자들을 매료하여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오스만제국의 역사와 문화라는 생소한 소재를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해 흡입력 있는 서사를 선보이는 『하렘 생존기』. 2권에는 본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의 매력과 비하인드를 담은 4컷 만화가 부록으로 담겼다. ‘나스챠와 아샤의 성격이 반대였다면’ ‘등장인물들이 현대에 살고 있다면’ 등 독자 이벤트를 통해 모집한 소재를 토대로 한 4컷 만화를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