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전쟁, 역사, 경험, 체험, 라바울, 제2차 세계대전, 일본, 태평양, 폭력, 강압, 강요, 일기, 인간, 사람, 생존, 생명, 미즈키 시게루, 명작, 수상작
❖책 소개 태평양 전쟁의 격전지 라바울. 그 전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저자 미즈키 시게루가 체험이 선명하던 시기에 그린 그림에 훗날 문장을 곁들여 완성해낸, 귀중한 라바울 전투 체험담이다.
❖출판사 서평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미즈키 시게루의 귀중한 라바울 전투 체험담
태평양 전쟁의 격전지 라바울. 이곳으로 보내진 미즈키 이등병은 시도 때도 없는 상관의 따귀세례 속에서도 낙천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어느 날, 부대가 적의 기습으로 전멸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한쪽 팔을 잃고 만다. 그 강렬한 체험이 선명하던 시기에 그린 그림에 훗날 문장을 곁들여 완성해낸 전기. 종전 직후, 라바울에서 원주민과 교류하며 그린 귀중한 데생 스무 점도 함께 공개한다.
❖목차 시작하며
『라바울 전기』 제1부 출발 『라바울 전기』 제2부 전선에서의 생활 『라바울 전기』 제3부 토마에서 보낸 나날
라바울을 떠나며 마치며 앨범 중에서
❖본문 중
소리도 내지 못하는 나팔을 불어대느라 지친 미즈키 이등병은 인사계 상사를 찾아가 “그만두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남쪽이 좋은가, 북쪽이 좋은가”라는 상사의 물음에 “남쪽”이라고 대답해 남방 전선 배치가 결정되었으나 당시(1943년 11월경) 남방 전선은 뉴기니 섬이 함락되고 라바울 근처의 부건빌 섬은 물론 11월에는 라바울이 있는 뉴브리튼 섬에까지 적군이 상륙한 상태였다. <본문 8P>
남쪽 나라의 달은 선명하고 아름답다. 달그림자도 아름답고, 벌레들은 시시각각 다양한 곡을 연주했다. ‘정말 굉장한 곳에 온 것 같아’ 하는 생각에 불침번도 잊고 자주 달밤에 산책을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탈주로 오해받아 따귀를 얻어맞았다. 그만큼 아름다운 달밤이었다. <본문 38P>
매일 산에 올라 구덩이를 팠다. 요령을 부릴 처지도 아니었다. 내가 요주의 인물이었는지 잠깐 앉기만 해도 선임병들에게 혼쭐이 났다. 이때다 싶었는지 평소에도 나를 때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던 상등병이 내게 “안경 벗어”라고 했다. 그러고는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날아오는 따귀 열 대!! <본문 80P>
방향감각을 잃은 나는 눈앞에 나타난 토인 마을로 갔다. 아무도 없었지만 아궁이의 재가 아직 따뜻해서 그 재에 파묻혀 잠이 들었다. 또다시 2, 3일쯤 걸어 해군 움막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얼마 후 도착한 육군 소대와 함께 중대로 돌아왔다. 중대장은 나를 보자마자 “왜 도망쳤냐. 모두 죽었으니 너도 죽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하루도 쉬게 해주지 않았다. 그 후부터 중대장은 물론 군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동시에 가슴속에서는 거센 분노가 들끓었다. <본문 157P>
이유는 모르겠지만, 토마에 머무는 동안은 날씨가 좋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하루는 ‘사역’을 나간 적이 있었다. 내가 맡은 일은 사무실의 물건을 나르는 것이었다. 그때 여러 개의 종이 뭉치를 옮겼다. ‘이 종이가 있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하사관에게 “그림을 그리던 사람인데 종이를 좀 주실 수 있습니까?”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하사관은 종이 다발과 연필 한 자루를 내게 주었다. <본문 17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