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와 정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고담의 악에 맞서 싸우는 하루를 보낸 어느 날의 배트맨에게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가 찾아온다. 불살의 원칙과 명예를 지키는 한 죽음, 공포, 광기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악인들과의 사투는 끝이 없어 보이고 그 싸움에 휘말려 희생되는 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 브루스 웨인의 정신을 어둠의 심연으로 밀어 넣는다.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이라는 자아의 싸움의 끝에는 어떤 길이 보일까.
〈배트맨: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와 〈DC: 더 뉴 프런티어〉로 유명한 작가 다윈 쿡이 지은 64쪽 분량 단편. 영화 〈더 배트맨〉의 감독 맷 리브스가 참고한 원작으로 언급한 작품 중 하나이다.

〈배트맨: 에고〉 작가 후기
에고는 제가 DC에서 작업한 첫 작품입니다. 전에 한동안 코믹스를 써 볼까 하는 생각으로 정리했던 아이디어가 몇 개 있었는데, 에고는 그중 가장 먼저 빛을 본 작품입니다. 제 DC 데뷔작이다 보니 뭔가 독특한 걸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죠.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쓰든 그 주인공은 배트맨이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특정 에피소드보다는 배트맨이라는 신화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뭘 써야 할까? 오랜 시간 머리를 쥐어뜯은 끝에 다다른 종착지에는 무척 단순하고 황당한 아이디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어떨까? 이 둘은 같은 사람일까? 완전 다른 페르소나일까? 동전의 양면일까? 언뜻 바보 같지만 동시에 무척 신나는 질문이죠. 실제로 이를 지면에 구현하는 동안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실제로 하나인 두 사람을 별개의 개체로 묘사하기 위해 저는 작품 초반 브루스 웨인에게 상당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겨 줄 사건을 구상했습니다. 그 경험으로 인해 고통에 빠진 브루스의 정신이 이 작품의 무대이며, 그 덕분에 각 장면과 장면이 매끄럽게 연결될 것입니다. 이제 와 돌아보면, 에고는 다소 미숙한 부분은 있을지 몰라도 저의 진심을 담아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배트맨: 이어 원 디럭스 에디션〉
〈배트맨: 롱 할로윈〉
〈배트맨: 롱 할로윈 시퀄: 다크 빅토리 디럭스 에디션〉
〈배트맨: 임포스터〉
〈배트맨: 킬링 조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