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계절이 바뀌어도 열여덟 살의 찬란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1988년부터 2019년까지, 어느 시대에도 변함없는 ‘희망’을 말하다.

★2021년 일본 서점대상 3위
★제32회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작
★독서미터 선정 읽고 싶은 책 월간 랭킹(단행본 부문) 1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담담히 읊조리는 작가, 이부키 유키의 연작소설 《개가 있는 계절》이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되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가족이 공동체의 연대를 깨닫는 작품 《49일의 레시피》(2010)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아 일본 출판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부키 유키는 《미드나이트 버스》(2014), 《저편의 친구에게》(2017), 《구름을 잣다》(2020)로 꾸준히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고 있는 화제의 작가이다.

《개가 있는 계절》은 쇼와 시대가 떠나는 시기인 1988년부터 고등학교에서 키우기 시작한 강아지 고시로가 약 11년간 학교에 머무르며 지켜본 학생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은 연작소설이다. 《개가 있는 계절》은 강아지의 시선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는 묘사가 특징이다. 2019년까지 이어지는 20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청춘의 반짝임을 감동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는 공감을,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의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출간 직후 서평 사이트 ‘독서미터’의 읽고 싶은 책 랭킹 1위에 올랐으며 2021년에는 서점 직원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투표하여 선정하는 서점대상 3위에 오르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일본의 <응답하라> 시리즈, 향수를 자극하는 ‘그 시절’의 향기.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인 인기를 끌며 대중문화의 키워드로 ‘레트로’를 부상시킨 <응답하라> 시리즈. 우리는 왜 <응답하라> 시리즈에 그렇게 열광했을까? 휴대전화 대신 삐삐를 부여잡고 연락을 기다리거나 온 가족이 함께 쓰는 전화기를 독차지하기 위해 현관 앞 전화기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등, ‘가진 것은 적지만 사람 냄새가 났던 그 시절’을 녹인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 시절을 겪은 세대와 겪지 않은 세대 모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단절된 세대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연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웃 사이의 정과 가족의 유대 등, 전통적인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며 애정 어린 따뜻한 모습으로 대중들을 위로했다.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하고 싶어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시작한 복고 열풍이 있다면, 2019년에 레이와로 연호가 바뀐 일본에서는 지나간 헤이세이 시대(1989~2019)를 애틋하게 회상하는 작품들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그중에서도 《개가 있는 계절》은 쇼와 시대부터 세기말을 거쳐 헤이세이가 끝나고 레이와를 맞이하는 시절의 단편들을 통해 이 정서를 훌륭하게 대변했다. 《개가 있는 계절》은 각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 사건이나 모티브가 속속 등장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졸업 후에 가업을 이을지,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지 고민하는 가족회의의 뒤에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중계가 흐른다. SMAP의 노래를 들으며 일탈을 꿈꾸는 학생이나,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세기말을 맞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으로 지구가 종말하지 않을까 심란해하는 학생, 갸루 메이크업을 한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학생 등, 우리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일본 대중문화들이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 청춘의 망설임, 각오, 도전의 순간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응원한다.

시대가 흐르면서 유행과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학생들의 모습이나 행동도 다채로워진다. 반면 어떤 시대에도 학생들이 공유하는 빛나는 청춘의 아름다움은 이상할 정도로 한결같기에 고등학교는 특수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한결같음은 혼란과 변화의 시기에 있는 청소년이 마음껏 고뇌하며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든다. 1989년에 꿈을 위해 집을 떠나 상경한 학생이 1999년에 선생님이 되어 기다리던 강아지 고시로와 재회하는 장면은 과도기를 맞이했을 때 돌아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잠시 떠나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이부키 유키 작가는 인터뷰에서 “어느 시대에도 변함없이 앞으로 나아갔던 ‘청춘’을 담은 이 작품을 통해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지금도 내일을 향해 하루하루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작품 《개가 있는 계절》은 독자에게 고달픈 일상에 지쳐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스스로를 응원하는 청춘의 시절이 있다는 따뜻하고 든든한 위로를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