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욕도 기력도 없는 만화가의 초현실주의 밥상 퍼레이드!
레진코믹스에 연재한 인기 일상툰 『수줍어서 그래』에서 수줍음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킨 심모람. 이번 작품 『차린 건 없지만』에는 ‘먹는’ 것을 주제로 한 짧은 에피소드들을 담았는데 동글동글하고 먹음직스러운 그림, 해학과 재치가 느껴지는 개그 연출로 그녀의 ‘생활 만화력(力)’을 다시 한번 선보인다.
웬만해선 주방 도구를 쓰지 않는 심모람. 그만큼 요리를 잘하냐고? 아니다, 설거짓거리를 늘리지 않겠다는 나름의 결연한 이유에서다. 정갈하게 만드는 것보단 손쉽고 빠르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메뉴-결코 대충 만드는 것이 아니다-를 선호하기에 먹다 남은 캔 참치로 참치마요 김밥을 만드는 대신 손으로 찢은 생김, 가위로 자른 깻잎을 잘 섞어 참치마요 김밥 ‘키트’를 완성해내는 현실을 지향한다.
김밥 위에 참기름은 손가락으로 슥슥 바르고, 두부나 토마토를 자를 때 굳이 도마를 꺼내지 않는 그녀- 얼렁뚝딱 한끼를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묘한 익숙함이 느껴진다. 한 번쯤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도 이렇게 하는데!” 하고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너무 많기에.
끼니 좀 잘 챙겨먹으라는 지인들의 말에 “다 이렇게 먹고사는 거 아닌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모람. 그래, 맞다. 우리에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자유, 굳이 정해진 레시피로 요리하지 않아도 될 자유가 있다. 나름의 요리 철학을 지닌 초딩 입맛 심모람의 유쾌한 밥상 퍼레이드! 특별한 레시피나 근사한 메뉴는 없지만 정성만은 뒤지지 않는 그녀가 만든 한끼를 먹음직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게 된다.
『차린 건 없지만』 1권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한 에피소드 중에서 40가지의 메인 음식과 작가 SNS에 연재했던 디저트 만화 「의욕 없는 첫 끼」를 재편집하여 수록했고, 단행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 차림으로 서비스 만화와 포토 리뷰를 곁들여 진수성찬 못지않은 한상을 잘 차려냈다.
대부분의 끼니를 ‘때우는’ 것에 가깝게 먹지만, 누구보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침샘을 자극하는 심모람표 먹는 생활 만화. 단출하지만 맛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이 뒤따른다는 진리가 가득한 끼니의 향연-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 만화를 맛볼 준비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