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싹할 준비... 되셨습니까??

『비밀알바 : 도망금지』는 오랜만에 호러만화라는 땅에 흩뿌려진 신선한 피다.
우메즈 카즈오, 히노 히데시,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일본 호러만화의 트로이카를 이미 확고하게 구축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들과 견줄 만한 호러만화가가 등장하리라고는 쉽게 예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1987년, 돌연 이토 준지가 혜성처럼 등단하더니 이내 업계를 평정하고 만다. 예전의 호러만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섬세한 선과 아름다운 주인공,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기괴함과 더불어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를 무기로 그의 작품은 장르적 부침이 심했던 호러만화의 경계를 대중의 영역까지 확장했다. 이후 이토 준지는 수십 년 동안이나 황금기를 구가하며 어둠의 왕좌를 지켜왔다. 그러나 독자층이 한정된 장르적 특색 때문인지 다음 세대를 이을 후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2018년 어느 날, 주목할 만한 신예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했다. 바로 다구치 쇼타로의 「불사신의 파이센*」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 종이잡지가 아닌 만화앱 <망가원>에 연재됐는데 당시 독자 인기투표를 통해 전자서적 출간작으로 선정되며 호러만화계에서 ‘홀연히 등장한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손이 귀한 집안에서 실로 귀한 피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그 후속작이자 첫 장편 연재작이 『비밀알바:도망금지』다. 이 작품은 어떤 사정 때문에 큰돈이 필요한 두 여주인공이 서로 힘을 합쳐 다가오는 위기를 해결해가는 버디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는 호러 장르에서 흔한,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심장을 멎게 하는 이른바 ‘도깨비집 연출’에도 능숙하지만 특유의 유머감각을 통해 이야기의 텐션을 조절하는 데 더욱 큰 능력을 발휘한다. 무섭지만 어딘지 유머러스해서 작품의 성격을 풍성하게 한다. 게다가 이야기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할 정도로 기묘하기 이를 데 없다. 인간은 미지의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된다는데 그가 그리는 이미지와 이야기에는 지금까지 봐온 그것들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하는 무언가가 있어 더욱 무섭고, 그래서 기대를 품게 만든다. 80년대 호러 콘텐츠의 고전 ‘환상특급’이 재림한 듯 무섭지만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에는 있다.
*파이센 : ‘선배’의 일본어인 ‘센파이’를 거꾸로 발음한 은어로 서로 친한 선후배 사이에서 부르는 호칭.

● 줄거리

사회의 이면에서 말 못할 이유로 비합법적이고 편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고액 아르바이트,
‘비밀알바’를 하며 겪게 되는 기기묘묘한 공포체험……
고쿠료 유메는 공포의 냄새를 탐지하는 신기한 능력이 있다.
그녀는 비밀알바를 하다 중학교 동창 시라하마 나고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자신의 능력과 나고미의 행동력을 앞세워 함께 일하기로 의기투합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