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처음으로 사람 앞에서 울었다.
개라서 다행이다, 바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매일 여자를 집에 끌어들이는 통칭 난봉꾼 집에서 자란 정원사 마사유키는 스무 살 때부터 13년간 부모가 없는 소년 료헤이를 돌보고 있다. 료헤이의 할머니로부터 굴욕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의 곁에 머무르는 까닭은 어떤 사건의 속죄를 하기 위해서였다. 마사유키가 숨겨온 과거를 알아차린 료헤이는 그를 원망하기에 이르는데……. 거듭되는 사랑과 미움 끝에 인간의 재생을 그린 충격작.

얽히고설킨 사랑과 미움, 기나긴 고통.
그 끝에서 찾아낸 눈부신 인간애와 희망!
주인공 마사유키는 이제 겨우 삼십대인데도 머리가 하얗게 셌다. 거기에 전신에 화상 흉터가 있어 몸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달려든다. 그 상태로 오랫동안 조경사라는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에 종사해왔다. 그런 그가 돌보고 있는 한 소년이 있다. 중학생 남자아이 료헤이. 하지만 료헤이는 자신을 돌봐주려고 하는 마사유키에게 내내 반항적이며, 료헤이의 할머니는 그런 마사유키에게 전혀 감사하지 않다는 태도다. 그러나 마사유키는 이 모든 것을 감내한다. 13년 전 그가 겪었던 일, 그리고 그가 이제부터 하려고 하는 일 때문이다.
작가 도다 준코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나, 일본에서는 2009년에 데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미스터리 소설을 연달아 발표하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빠르지 않은 전개에도 끊임없이 궁금증을 일으키고 동시에 주인공의 심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묘사와 필력은 독자로 하여금 멈추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면 누구나 가슴을 치는 절절한 감동과 눈물에 젖게 될 것이다.
 
 
본문 속으로
집이 어딘지 물었더니.” 호소키 영감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분수 로터리 근처…… 부채 집이라 하더구먼하고 말했다.
마사유키는 순간 숨을 삼켰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_ 본문 11
 
그러나 료헤이는 상담 교사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면담해도 마찬가지였다. 료헤이가 감정을 터뜨리는 상대는 단 한 명, 마사유키뿐이다.
마사유키는 단 한 명으로 잘 선택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14년 전에도 단 한 명으로 선택된 적이 있다. 그 결과가 수축된 채 굽어버린 손가락이다.
_ 본문 30
 
밤늦게 실례합니다. 소가 마사유키 씨이십니까?”
.”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시마모토 후미에 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자세한 사정을 들을 여유도 없이 차에 올라탔다. 국도 310호선을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액셀을 계속 밟으며 달리자 심한 소음이 일었다.
시마모토 후미에. 어느덧 12년간 알고 지냈다. 설마 이런 식으로 관계가 끝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_ 본문 50
 
댕그랑, 풍경이 울렸다.
딸랑, 딸랑.”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료헤이가 손을 높이 들었다.
마사유키는 료헤이를 안아 처마까지 올려주었다. 별 모양으로 만든 쓰리시노부가 매달려 있었다. 그 밑에서 빨간 금붕어가 그려진 유리 풍경이 바람에 흔들린다.
_ 본문 73
 
그러니 나도 말해야겠어요.” 후미에가 마사유키를 빤히 쳐다봤다. “당신이 평생 죗값을 치르겠다면, 나는 평생 원망할 거예요. 아니, 죽어서도 지옥에서 원망하겠어요.”
순간 소름이 끼쳤다. 후미에는 기쁜 듯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을 이용해도 양심에 추호도 거리낄 게 없지요. 당신은 나와 료헤이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기계이자 편리한 지갑이에요. 당신이 속죄하겠다면 나는 당신 인생을 쥐어짜서 뭐든 다 빼앗아주지요.”
――앞으로 8, 하고 생각했다.

_ 본문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