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행을 알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이 보인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은 시중에 드물지 않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는 직종에 한정되어 전체를 조망하는 책은 여지껏 나온 적이 없었다. 결국 이제껏 우리가 책을 통해 접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의 세계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기획부터 섭외, 제작, 완성까지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직종은 존재한다.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을 다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라 불린 「시로바코」 주인공의 직책이자 이 책의 저자, 그리고 TRIGGER의 창립 멤버이자 위의 두 감독과 더불어 회사의 주축인 마스모토 카즈야의 본직인 제작진행이다. 제작진행은 300명에 달하는 아티스트들의 사이를 잇고 제작 전반을 관리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꼭 필요한 요소지만, 아직까지 제작진행을 중심으로 다룬 책은 거의 없다. 크리에이터에 비해 비교적 수수한 직종인데다 살인적으로 바쁜 스케줄 때문에 노하우를 정리하고 교육에 투자할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동영상과 함께 제작 현장을 유사체험해 보자
그런 드문 분야를 다룬 이 책은 제작진행의 시각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의 전 과정을 조망하는 동시에 ‘좋은 제작진행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자신의 노하우와 함께 제시한다. 익혀야 하는 업무,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챙겨야 하는 실무, 그리고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비상사태의 예시를 들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중에서 저자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사항은 ‘먼저 유사체험을 겪을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TRIGGER의 작품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을 유사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유튜브 동영상과 함께 제공한다.
이 책의 가치는 저자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즐겁다는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보내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이건 한국이건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은 박봉과 과로에 시달린다는 인식이 있고, 이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은 있을까? 이 의문에 선뜻 답을 내놓으려 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책에 담긴 정보와 더불에 저자의 메시지는 앞으로 업계에 뛰어들고자 하는 지망생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귀중한 목소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