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라는 도시를 만나는
가장 특별한 방법
만화가 줄리아 워츠의 뉴욕 이야기
 
언제부터일까?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뉴욕만의 화려하고 도시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전세계의 모든 매력적인 산물이 모여드는 도시 뉴욕. 화려한 도시의 대명사이며 그러면서도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자신만의 보수성을 동시에 간직한 도시.
이런 뉴욕에 매혹되는 것은 미국인도 마찬가지인가보다. 미국의 만화가 줄리아 워츠는 어느날 뉴욕에 발을 디디게 되고 이 복잡한 도시에서 자신의 꿈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저는 이곳에서 비로소 꿈꾸던 장소를 찾아낸 기분이었습니다. 동부 해안의 이 광란적이고 신경질적인 도시가 제게는 친숙하고 쾌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주했고 처음에는 이 년 간, 길어봐야 오 년 정도 머무를 생각이었어요. 결국 십 년 동안이나 머물게 되었습니다.”

심각할 정도의 부동산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프리랜서’ 워츠를 십 년이나 뉴욕에 머물게 한 매력은 무엇일까? 뉴욕이라는 도시에 단지 동경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줄리아 워츠가 글 쓰고 그림을 그린 <줄리아 워츠의 뉴욕 스케치>는 우리를 뉴욕의 뒤편으로 데리고 간다. 관광지로서의 뉴욕이 아니다 - 자유의 여신상은 짧게만 등장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도시의 근본이나 핵심을 묘사하는 시선은 똑바르게 깨어 있다. 워츠가 특유의 스타일로 그려낸 삽화는 같은 골목의 100년 전과 지금의 모습을 그려 비교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뉴욕의 어제와 오늘이 교차한다. 이백년 전 뉴욕에서 악명 높았던 여성을 조망하는가 하면 다음에는 뉴욕의 독립 서점들을 다루는 등 마음껏 좌충우돌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안내서’이자 ‘역사서’이고 ‘일러스트북’에 ‘만화책’이기도 하며 심지어 ‘산책 가이드’이기까지 하다.
워츠가 처음부터 뉴욕이라는 도시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뉴욕에서의 처음 몇 년, 작가는 자전적인 만화를 그리거나 술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가방을 메고 뉴욕 구석구석을 헤매기 시작했다. 이른바 ‘도시 탐험’이다. 작가가 탐험한 것은 관광 안내서에는 나오지 않는 도시의 뒤편이다.
그리하여 이 책에는 뉴욕에 존재했던 공기업 튜브 우편 배송 시스템의 흔적, 옛날식 지하철 출입구들, 뉴욕 곳곳에 숨어 있는 비밀 술집들, 폐쇄된 지하철 노선의 비밀과 사라져가는 거리 상점, 독립 서점들이 담기게 되었다.

“제가 뉴욕의 이런저런 장소를 꼼꼼하게 그리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뉴욕의 건축물, 주민, 역사를 직시하게 되었고 이 도시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줄리아 워츠의 뉴욕 스케치>는 기본적으로 글과 삽화가 중심이 된 책이다. 한편 작가는 만화가이므로 자신이 등장하는 만화를 곳곳에 배치하여 ‘읽히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심도 깊은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안내서로서의 재미를 잃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책이라 하겠다. <줄리아 워츠의 뉴욕 스케치>는 지금까지 출간된 뉴욕에 대한 그 어떤 책과도 다른 방식으로 ‘한번도 본 적 없는 뉴욕의 모습’을 제공한다.